봄날처럼 따사로웠던 김장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2/11

 플라스틱 액젓 통을 두고 남자들의 힘자랑이 벌어졌다. 헬스에 진심이라는 중학교 3학년 조카가 첫 번째 타자였다. 뚜껑을 야무지게 잡고, 손에 힘을 줘 보지만 남자가 되는 중인 조카에겐 역부족이었다. 차례로 사위들이 나섰다. 그것이 무어라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힘을 쏟는다. 역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남은 사람은 너밖에 없다’라며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남동생이 ‘까짓거’라며 덤벼들었다. 자신만만하던 표정은 어디 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작은 병과 씨름하는 우리 집 귀남이다. 

액젓 뚜껑을 열어야 양념을 완성하는데 엄마는 애가 탄다. 그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아버지다. 모두의 시선이 구원 투수에게 몰렸다. 구원 투수의 손에는 손주들 먹일 아이스크림이 잔뜩 담긴 봉지가 들려있다.

“아빠! 빨리 이거 좀 열어줘요. 남자들 모두 실패했어요.”

의기양양하게 문제의 액젓 통을 받아 든 아버지는 손을 한번 갖다 대더니 ‘이건 손으로 못 여는 거다’라며 스패너를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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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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