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 사태? “팬들도 바보가 아니다”
2024/03/10
#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윤동욱의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13번째 기사입니다. 윤동욱 기자가 일상 속 불편하고 까칠한 감정이 들면 글로 풀어냈던 기획이었는데요. 2024년 3월부턴 영상 칼럼으로 전환해보려고 합니다.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를 나눈 뒤 텍스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유지민)가 끝내 사과문을 썼다. 지난 3월5일 카리나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선 많이 놀라게 해드려 죄송하고 또 많이 놀랐을 마이들(에스파 팬덤 MY)에게 조심스러운 마음이라 늦어졌어요”라고 밝혔다.
그동안 저를 응원해준 마이들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그 마음을 저도 너무 알기 때문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혹여나 다시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무릅쓰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데뷔한 순간부터 저에게 가장 따뜻한 겨울을 선물해준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마이들이 상처받은 부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어요. 마이들에게 항상 진심이었고 지금도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에요. 제 마음을 다 표현하기에 짧다면 짧은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마이들에게 실망시키지 않고 더 성숙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켜봐주세요. 마이들 밥 잘 챙겨먹고 좋은 모습으로 만나요. 미안하고 많이 고마워요.
평범한미디어는 언론사입니다. 국회를 출입했던 정치부 기자 출신 30대 청년이 2021년 3월 광주로 내려와서 창간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서 겁 없이 언론사를 만들었는데요. 컨텐츠 방향성, 취재 인력, 초기 자금, 수익구조, 사무실 등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좋은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언론인의 자세, 이것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까지 버텨보겠습니다.
@유영진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동서양 문화가 확실히 구별되는 부분이 연예계 같습니다.
문화적 맥락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유사연애(ガチ恋; 가치코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결혼한다고 하면 한일 양국에서는 팬들이 거의 나라 잃은 선비들마냥 통곡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일본에서도 최근 국민 아이돌인 아라가키 유이 씨가 호시노 겐 씨와 결혼하면서 "모두의 각키(=유이)가 이제는 한 사람만의 각키가 되었다" 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부른 적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짝사랑의 결혼식을 멀리서 지켜봐야 하는 순정남의 마인드에 가깝습니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생각이 정반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타가 결혼한다고 하면 일단 "경사났네, 잘됐다" 같은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이쪽은 두 사람의 앞길을 축하하는 하객으로서의 마인드인 셈입니다.
또한 본문 중간에서도 살짝 언급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소비자주의' 적인 관점도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아이돌의 팬질을 하면서 각종 상품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동안, 이 사람들은 자신이 그 아이돌의 사생활적인 부분까지도 모두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사들였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왜 팬들은 아이돌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도 마음대로 침해하는가?" 라는 질문이 나오면,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소비자니까! 콘텐츠 생산자가 고객의 말을 듣지 않을 셈이냐?" 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뉴스 덧글란에서는 다음과 같이 좀 더 적나라한 표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돌은 어차피 이미지를 팔아서 큰 돈 버는 애들 아니냐? 이미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애들. 그 이미지를 지들이 망쳤으면 이제 남들이랑 똑같은 자리로 끌어내려야지!" 이처럼 '사고팔기' 의 개념을 유난히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돌 열애설에 대해 '불량품을 발견하고 본사에 항의하는 고객' 처럼 반응하는 듯합니다.
@유영진 정성스러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동서양 문화가 확실히 구별되는 부분이 연예계 같습니다.
문화적 맥락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유사연애(ガチ恋; 가치코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결혼한다고 하면 한일 양국에서는 팬들이 거의 나라 잃은 선비들마냥 통곡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일본에서도 최근 국민 아이돌인 아라가키 유이 씨가 호시노 겐 씨와 결혼하면서 "모두의 각키(=유이)가 이제는 한 사람만의 각키가 되었다" 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부른 적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짝사랑의 결혼식을 멀리서 지켜봐야 하는 순정남의 마인드에 가깝습니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생각이 정반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타가 결혼한다고 하면 일단 "경사났네, 잘됐다" 같은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이쪽은 두 사람의 앞길을 축하하는 하객으로서의 마인드인 셈입니다.
또한 본문 중간에서도 살짝 언급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소비자주의' 적인 관점도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아이돌의 팬질을 하면서 각종 상품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동안, 이 사람들은 자신이 그 아이돌의 사생활적인 부분까지도 모두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사들였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왜 팬들은 아이돌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도 마음대로 침해하는가?" 라는 질문이 나오면,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소비자니까! 콘텐츠 생산자가 고객의 말을 듣지 않을 셈이냐?" 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뉴스 덧글란에서는 다음과 같이 좀 더 적나라한 표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돌은 어차피 이미지를 팔아서 큰 돈 버는 애들 아니냐? 이미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애들. 그 이미지를 지들이 망쳤으면 이제 남들이랑 똑같은 자리로 끌어내려야지!" 이처럼 '사고팔기' 의 개념을 유난히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돌 열애설에 대해 '불량품을 발견하고 본사에 항의하는 고객' 처럼 반응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