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한 월급과 헤어질 용기

최깨비
최깨비 · 빠르게 생각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자.
2023/06/25
월급날이 말일인 나는 아직 월급을 못 받았다.
뭐. 그 월급도 정말 스쳐지나가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작고 소중한 월급

계약직으로 이 회사에 들어와 4개월 간 나가있던 적을 제외하면 나는 7년차 직장인이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나의 연봉은 해를 거듭할 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 회사에서 내가 어떤 신분인지에 따라 월급은 달라졌는데
그 수준이 지금은 최저점인 듯 하다.

이 이상한 시스템에 갇혀버린 나는 어떤 선택도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머리로는 이게(연차가 쌓일수록 월급이 줄어든 상황) 말이 되나 라고 되물었지만
차마 뛰쳐나갈 용기가 없었다.

심지어 인적구성이 별로인 상황에서도 버텼다.
굳이 이 월급을 받으며, 겪지 않아도 될 수모를 겪어야 하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어찌하여 지금의 월급이 된 후로 
이곳에 대한 미련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월급이 낮아지는 과정을 거치며 억울했고 분하였으나 결국 해탈했다.
나의 가치를 고작 월급따위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자존심이 상했다.

내 연봉은
내가 대학 졸업반이던 4학년때, 
취업진로팀으로 들어오던 추천채용에서 들었던 연봉과 적거나 같다. 
7년차인 나의 지금 연봉이 10년전 거들떠 보지도 않던 그때의 금액과 같다니...
물가상승까지 고려한다면, 더 낮겠지.. 

그래서 오히려 이 작고 소중한 월급은 내가 이곳을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도움이 되어주었다.

그전의 월급까지는 그래, 그래도 이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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