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거지꼴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12/01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어젯밤에 알았다. 멀쩡하게 콸콸 잘 나오던 수돗물이 변기물을 내리고 손을 씻으려 틀었을 때, 쨀쨀거리며 시원찮게 나오는게 아닌가. 얼른 부엌으로 가서 싱크대 수도를 트니 거긴 아예 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 이웃에게 전화해 보기에도 이미 늦었다. 일단 아침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고 맘 편하게 티븨를 시청했다. 새로 시작한 사극 드라마가 꽤 재미있었다. 드라마는 12시가 넘어서 끝이났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한 번 더 갔다 자야지. 변기물을 시원하게 내리는 순간, 아차. 물을 이렇게 허무하게 내리는게 아닌데... 그새 물 안나온다는 걸 잊어먹고 습관적으로 벨브를 눌러버린 것이었다. 와. 아깝다. 관에 남아있던 물이 힘겹게 모인 것을 이리 쉽게 써버리다니 한심했다.
물은 더 이상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왜 물이 안 나올까.
얼어서? 그건 아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도 아니고 수도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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