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도망치던...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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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할아버지 댁에선 화투를 만들었어요. 어린 적적은 자르다 망가진 화투를 튕기며 놀았었죠. 적적은 꽃들의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어요. 삼촌은 어린 조카에게 화투 그림을 가지런히 놓는 법을 가르치곤 했지만, 화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좋았어요.
   
아침은 손이 시리지 않습니다. 따스한 커피를 몇 번이나 마시려다 그 뜨거운 열기만 마시고 잔을 내려둡니다. 몇 번이나 그런 동작을 합니다. 마시지도 못하면서 자꾸만 잔을 듭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둔 채 기다립니다.
   
제가 있는 동네에는 아직 도망쳐 피어난 꽃은 없네요. 
작년 이맘때 저는 전쟁이 끝난 폐허 같은 도시에서 마스크를 사느라 길을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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