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댄서
서툰댄서 · 네트워크를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
2022/12/26
저는 무신론이 종교보다 우월하고, 종교는 버려야 할 헛된 망상이고, 종교가 주는 이익보다 해악이 더 크다고 하는 식의 종교에 대한 공격에 대해 그다지 공감을 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종교의 해악에 대한 사례로 십자군이 예루살렘에서 벌인 학살이나 종교재판 같은,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범죄가 거론되곤 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다른 종교나 무신론을 배척하는 독선이 잔인함의 원인이 되었다기보다는, 인간이 원래 가진 잔인함이 발휘되는 명분의 역할을 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종교가 없더라도 인간은 본성적인 공격성과 배타성 때문에, 경제적 이익이나 여러 가지 실리 때문에, 또는 복수를 정당화하는 관행과 문화로 인해 타인에게 잔인해질 수 있습니다. 유신론의 전통이 약했던 사회에서 벌어지는 세속적 잔인함은 종교에서 비롯된 잔인함에 못지 않으며, 종교는 사랑과 자비, 구원과 같은, 비록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이상일지라도 고전적 사회(이를테면 고대그리스의 도시국가 같은)의 약육강식 논리에서는 찾기 어려운 위안과 서로에게 덜 잔인해 질 수 있는 명분을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종교를 가진 분들의 종교적 체험과 믿음에 기초한 삶의 방식을 제대로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20대 때 기독교에 대한 꽤 강한 믿음을 가졌던 시기도 있었는데, 당시 함께 교회를 다녔던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 삶의 기반이 든든하게 서 있다는 안정감과 편안함과 자신감에 대한 기억들이 남아 있습니다.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는 발걸음이 위태롭고 다음 발을 어디로 내디뎌야 하는지 항상 불안하지만,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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