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5/25
어릴 적 우리집 정원은 작은 식물원 같았어요.
철에 맞춰 갖가지 꽃들이 피어나고 엄마는 정원에서 꽃을 꺾어 며칠에 한 번씩 학교 갈 때 신문지에 싸서 안겨주셨습니다. 꽃이 시들면 선생님이,  꽃 안 가져 오니?  하셨죠. 
해마다 이맘 땐 장미가 온 화단에 기득 피었었습니다. 담장 위엔 대문을 중심으로 양쪽에  노랑 빨강 장미가 나누어 덩쿨을 이루었고  화단엔 노랑 빨강 분홍 주황은 물론이고 꽃잎 끝의 색이 다른 장미도 있었어요. 그치만 그 중 제일 신비한 것은 단연 흑장미였습니다.  빨강 베이스에  검은 빌로드 같은 느낌의 흑장미는 어린 제 눈에도 신기하고 고귀해 보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며 더 이상 식물원 같던 정원도, 꽃을 꺾어 학교에 갖다 꽂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장미만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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