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풍경을 흔들지 않고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5/06
   
제가 살고 있는 곳엔 이틀째 비가 왔습니다. 갑자기 빗방울 소리가 유리창을 부딪치는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금방 사그라들며 다시 길가로 나와 비를 맞아보지 않겠냐고 빗방울로 써 내려간 초대장을 받기도 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났습니다. 쉬는 날이면 터무니없이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지고 이불속에서 뒤척이지도 않은 채 침대를 떠나게 되는 저주에 걸렸는지도 모릅니다. 나른하고 아침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물이 미지근하게 식어가기를 기다리는 일처럼 지루하거나, 가죽으로 된 아주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다니는 것처럼, 계속해서 멈춰서서 한참을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게 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는 자욱한 날을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비가 오는 날을 사랑했습니다. 눅눅한 공기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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