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2
어려서 전학을 많이 다녔다. 초등학교를 네 군데 다녔는데 그 중 세 곳은 대전,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포천(하고도 소흘면 송우리)에 위치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자주 학교를 옮겨 다니면 저절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나는 특히나 이름 때문에 애를 먹었다. 선생님들은 내 이름을 쉬이 발음하지 못하였고, 전학생인 내 이름은 항상 마지막에 호명되기 마련이었는데, 나는 일 번이 호명되고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긴 시간동안 마음을 졸였다.
 “... 나는 누군가에 의해 자주 들어올려지고, 불려다녔다. 얼굴이 다 닳은 이파리처럼, 일찍이 시들어 있었다. 주로 고모가 불렀다. 여름! 여름! 이름이 불릴 때마다 아무때고 불리는 여름은 물론, 여름이 아닌 계절들까지도 긴장했으리라. 나는 녹지 않는 여름이었다. 녹을 기회가 없었다.” (p.12)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여름이고, 또 다른 주인공의 이름은 루비이다. 여름이 견디었고 견뎌야 하는 고모의 강퍅한 성격이나 새엄마의 정형화된 성정보다 여름을 향하여 발산되는 루비의 쓸쓸한 감정에 더 눈길이 갔다. 그래서 여름이 보여주는 어린 이율배반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어른들은 싫고 아이들은 모순 덩어리인데,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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