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나
2024/04/10
- 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누구나 자기만이 알고 있는 아픔의 리듬이 있다."
이별 중에서도 가장 아픈 이별은 가족 간의 사별(死別)일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혹은 형제간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 앞에서 우리는 슬퍼한다. 그 슬픔의 깊이에는 살아온 흔적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가족을 떠나보내는 슬픔에는 가족의 역사만큼의 깊이가 자리하고 있다.
『애도일기』는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바르트는 1977년 10월 25일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거의 2년 동안 이 일기를 썼다.
끝없이 빠져드는 상실의 슬픔
이 책에는 자신을 지극히 사랑했던 어머니와의 이별 이후 바르트가 겪은 끝없이 깊은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삶의 주체로 다시 탄생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상실의 슬픔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파헤치는 그의 일기들은 아프면서 아름답다. 작가의 내면적 자아는 사랑의 상실로 무너져버리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바르트는 그 혹독한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게 된다.
어머니는 언제나 바르트를 지켜주던 선한 존재였다. 그랬던 어머니를 잃었을 때 그의 슬픔은 주체할 수 없이 컸다. 그 슬픔과 애도는 시한부가 아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슬픔’, ‘특발적(特發的)인 슬픔’이었다. 그렇게 특별하게 생겨난 것이기에 바르트는 “이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단언한다. 바르트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슬픔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르트는 이미 자신이 느끼는 슬픔의 깊이가 타인과 다를 것임을 짐작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바르트도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농담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격렬한 감정 상태에 빠진다. 무너지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가도,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멀쩡하게 얘기하고 농담도 하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어머니,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랑
이렇게 바르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허물...
“애증의 가족사 속에서 핏줄의 죽음조차 슬프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가족을 보내면서도 슬퍼하지 않는 정서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슬픔이 된다.” 참 와닿는 문구입니다.
“애증의 가족사 속에서 핏줄의 죽음조차 슬프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가족을 보내면서도 슬퍼하지 않는 정서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슬픔이 된다.” 참 와닿는 문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