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전공과목으로 <표상문화론>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5년도 넘은 기억이라 어떤 것을 배웠는지, 표상은 무엇이고 문화는 무엇이라고 논했는지는 기억은 잘 안 난다. 다만,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한 후배와 함께 준비했던 발표만은 기억에 남는다.
발표의 목표는 '역사적 사건을 문화콘텐츠가 어떻게 표상하는가.'였고 우리가 선택한 건 '5.18'이었다. <꽃잎>, <박하사탕>, <26년>, <화려한 휴가>를 연달아 보던 그때의 나는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그리는가에 대한 작은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그날, 그곳에는, '그 사람들이' 있었다.'
1980년 5월의 광주에는 000이 있었다. 000칸에 들어갈 사람들의 이름은 몇몇을 제외하면 역사책에 실리지 않는다. 다만 N명의 희생자, N명의 시민군과 같은 분류에 묶이거나 생략되어 보이지 않게 된다.
영화로 시작해 한강의 <소년이 온다>로, 다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발표를 채워가면서 나는 '작은 글씨로 남은 이야기' 속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내게는 그저 사회탐구 근현대사 과목의 한 문제였던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생생하게 내 안에 들어오던 순간이었다.
나는 문화콘텐츠, 그 중에서도 소설의 가치는 '타인에 대한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는 일 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