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수지
수지 · 글사랑이
2024/01/02
나의 글쓰기는 방학 숙제 독후감 쓰는 것으로 시작했다. 평생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산 내가 여기서 글을 쓴다는 것은 거창하게 글쓰기를 해서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타고난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방학 숙제로 읽으라는 고전을 읽고 독후감을 썼던 게 시작이었다. 공책에 칸을 만들고 꾸미면서 색깔을 입히고, 글을 쓴다기보다 글씨를 쓴다는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편지 쓰는 것에 재미를 들였다. 예쁜 편지지를 사서 온갖 색 볼펜으로 꾸민 후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편지의 맨 마지막 장은 언제나 시로 마무리했다. 그때 내가 가장 많이 애용하던 시는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그 당시 유명했던 '홀로서기'라는 시였다. '홀로서기'는 길기도 해서 편지 쓰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어린 학생이 홀로서기의 내용이 뭔지는 정확히 몰랐겠지만 아무래도 홀로서기라는 제목만으로도 나에게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홀로 설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강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편지를 화려하게 완성한 후 예쁜 메모지를 덤으로  두툼하게 넣어 친구에게 전해주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었다. 아마 받는 사람보다 내가 더 설레었던 것 같다.
▶홀로서기 (일부 발췌) - 서정윤

기다림은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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