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문학] 3. 피해자의 서사가 읽기 어려운 까닭은…

이요마
이요마 인증된 계정 · 이번에 요구한 건 내일까지 마감이야
2023/04/17
[사람-문학]은 세계문학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살펴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시리즈입니다.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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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에게 죽어간 여백사의 가족으로부터

원래 계획은 <삼국지>를 리뷰할 생각이었다. 마음이 쪼그라들어 자신을 책망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이었기에, 내 안의 호방함(?)을 깨워볼 요량으로 황석영 번역판으로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더랬다. 재밌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화로 두세 번, 소설로도 두어 번 읽고, 게임으로는 수십 번 플레이했던 지라 대강은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재밌었다. 그래 이 맛에 삼국지를 읽지! 하며 반동탁연합 파트를 읽어나가다 한 에피소드가 나를 붙잡았다. 

동탁 암살에 실패한 조조가 진궁과 함께 여백사의 집에 몸을 숨긴 에피소드였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태였던 조조는 그 집의 식솔들이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집에 있는 모든 이를 죽여버린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들은 조조와 진궁에게 대접할 돼지를 잡기 위해서 칼을 갈고 있었던 것. 일을 벌어졌고, 집 주인이 돌아오기 전에 달아나던 두 사람은 아뿔싸, 여백사를 만나게 된다. 밥 먹고 가라는 그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하던 조조는 돌연 여백사 마저 칼로 베어버린다. 가족 모두가 죽어있는 집에 가면 자신에게 앙심을 품을 게 아니냐는 게 그 이유였다. 이 다음에 그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진궁이 말한다.
"그렇지만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처사요."
"차라리 내가 천하 사람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사람이 나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소."
조조의 차가운 대답에 진궁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삼국지 1》, 황석영 역 中

소시오패스 조조는 이후 수십년동안 세지도 못할만큼 많은 사람을 죽이며 위나라의 세를 키워간다. 쭉쭉 읽어나가며 삼고초려 후에 오나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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