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쪽파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3/17
파김치를 만들었다.
남의 집 울타리 밑에 가지런히 자라 난 쪽파를 뽑아서.
그 집은, 어르신 내외분이 사시다가 자식들이 연세 든 분들 불편해서 안된다고 땅으로 모시고 내려가 버려 거의 비어있는 집이 되었다.
그려. 여긴 땅 아니고 신선들이 사는 하늘 아래 산 속이고.
주인은 가 버렸어도 쪽파는 어김없이 흙을 뚫고 올라와 초록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참 신기하다. 쪽파도 대파도 모두 다..
가을에 다 뽑아 먹지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추워서 얼어 죽었을 것 같아도 겨울을 이기고 제일 먼저 파들이 파란 잎을 올려보낸다.
연약하기 짝이없고 뿌리도 깊지 않은 애들이 무슨 힘으로 모진 겨울을 이겨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은 신비 그 자체다.
재작년 이맘때든가, 대파 한 단 값이 팔천원. 만원 할 때 이 집 울타리 밑의 싱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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