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3/07/08
1.

20대 초반까지 골목이 많은 다소 후미진 동네에 살았다.
 
2.
 
집으로 가려면 좁고 긴 골목을 지나야 만 했다.
 
3.
 
대학생이었던 나는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느라 귀가가 늦을 때가 많았다.
 
4.

희미한 가로등 불빛,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5.
 
꽤나 외진 곳이어서 혼자서 이 길을 걸을 때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했다.
 
6.
 
그런데 이 골목길에 들어설 때마다 생각보다 꽤 높은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 있었다.
 
7.
 
바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골목길에 들어서게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8.
 
그도 그럴 것이 이 골목 안에 우리 집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9.
 
문제는 상대방이 젊은 여성일 때였다. 
 
10.
 
그분이 나보다 몇 발자국 앞서 골목길에 들어서고 내가 그 뒤를 쫓는 모양새가 되었다.
 
11.
 
하필 나의 집은 골목 제일 안쪽에 있었다.
 
12.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나보다 앞서 가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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