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GPT, 휴머노이드 (feat. 김영하- 작별인사)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2/19

얼밍아웃을 한 뒤로 자유롭게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딱히 거창한 글쓰기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휴대전화로 구석에서 눈이 빠져라 작은 화면을 보며 손가락을 쉴 새 없이 두드리던 때 보다 훨씬 좋다. 어디 가서 허언증으로 오해를 살까 살가운 걱정을 해 주던 남편도 예상외의 힘을 실어 주었다. 

예전에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사용하던 노트북을 포맷하고 배터리까지 교체하여 글 쓸 때 쓰라며 던져주었다. 엥? 빼도 박도 못하게 글을 써야 할 운명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10시쯤이면 자판을 두드리는 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편이 어느 순간부터 좀 외로워 보였다. 

예전엔 함께 맥주를 마시며 영화나 관심 있는 다큐를 보는 것을 즐겼는데 이제 남편은 혼자 웹툰을 보거나 못다 한 회사 일을 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본인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뭔가를 하고 있었다. Chat GPT와 열심히 대화중이었다. 한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질문을 했다며 퇴짜를 맞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남편은 평소 업무에서도 Chat GPT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직설적이고 감정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상도 남자인 그는 업체에 메일을 보낼 때 그런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요즘은 Chat GPT를 통해 메일을 보내는 중인데 단점을 보완하게 된 것에 굉장히 만족해했다. 곧 몇 년 안에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본인도 직장에서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한다. 

나도 궁금하여 몇 가지 질문들을 해 보았는데 가끔 번역투가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정확하고 깔끔한 답변에 놀랐다. 
“죽음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사람을 위한 시를 만들어줘”
수초 이내에 멋들어진 시를 똭 만들어주는 인공지능에 놀랍고 무서운 느낌까지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손편지는 고사하고 머릿속에서 나온 편지도 받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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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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