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스름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1/23
출처 - 픽사베이
<어느 어스름> - 천세진   
   
자전거 페달 밟는 소리, 체인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어스름이었는데, 조금만 더 가면 집이었는데, 가다 말고 뚝방에 멈춰 서서 동네를 바라보았는데
   
굴뚝에서 저녁밥 짓는 연기들이 피어올라 굼뜨게 흩어지던 어스름이었는데, 가끔 불길이 기침을 했는지 왈칵 솟구친 연기들이 뒷산 상수리나무에 엉겨 붙고 있었는데
   
상수리나무를 끌어안지 못한 것들은 주저주저 산을 넘어가고 있었는데, 산 여기저기 젖무덤으로 솟아오른 이승의 구멍들을 한 번씩 쓰다듬고 갔는데
   
학교를 마치면 굴뚝을 빠져나간 연기로 살아갈 테고, 굴뚝 속으로 다시 돌아가기 힘들 거란 생각이 뿌옇...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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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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