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11/16

G씨의 아내는 열 몇살의 내가 봤을 때도 이쁘장했다. 아들이 둘이었고 그 집 둘째 중학생 아들이 우리 언니보다 한 살이 더 많았다. G씨의 부부는 우리 엄마아버지보다 서너살이 많아 40대 중반이었다. 나는 G씨의 아내가 얼굴에 번지르르한 콜드크림을 바르고 빨랫줄에 빨래 너는 모습을 종종 봤다. 아줌마가 일하는 시간 외에 자기 얼굴을 맛사지하고 영양크림으로 톡톡 두드리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보드라웠다.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살던 집을 처분했다.  논밭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아침 출근시간, 말끔한 옷차림으로 일터에 나가는 아버지 뒤로 꽃무늬 홈드레스를 입고 배웅하는 엄마의 말끔한 모습은 이제 없었다. 내겐 주인공이 행복하게 지내는 동화책  10페이지 정도가 한 순간 가위로 잘려나가 순식간에 뒤바뀐 위기의 장면들이 현실이 됐다.  아버지는 작업복 차람으로 자전거에 짬빵(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음식들)을 실어나르고, 엄마도  하루종일 끊임없이 일했다. 우리 바로 옆집은 우리보다 튼실한 돼지들이 두배도 더 많았다. 그 주인되는 G씨 아저씨는 월남에서 상사로 제대했다. 그런 연줄로  공군부대의 영관급 군인 몇명의 돼지도 같이 키우며 따로 사육비를 받기도 했다.



엄마는 G씨의 아내가 돼지를 먼저 키운 경험으로 알려주는 말들을 고깝게 생각했다. 같은 말이라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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