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09
수수께끼보다는 스무고개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단박에 알아맞히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끝이 나는 수수께끼가 던지는 열패감은 싫었다. 스무고개는 기민하지 못하여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제공되는 실마리가 나쁘지 않았다. 좌절의 순간을 뒤로 미룰 수 있었고 그로 인하여 고조되는 긴장감 자체도 일종의 오락거리가 되었다. 물론 열아홉 번의 오르막을 거치고도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기 일쑤였지만... 
 “지방은 위험하다. 그러니까 돈을 많이 주겠지. 짐은 생각했다. 서울을 떠나는 순간 벌집이 될지도 모른다.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가 차량을 탈취당하고 무릎이 꿇린 채 뒤통수에 총알이 박힐지도 모르고 도로에 설치된 지뢰나 크레모아에 의해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볼일이 급해 국도에 차를 세우고 벌판으로 달려가다 저격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르겠지. 아픈지도 모르고 슬픈지도 모르고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죽음의 유일한 장점은 남들은 알지만 자신은 모른다는 거다. 그것도 영원히.” (pp.18~19)
 정지돈이 그려내는 2068년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신세계인데, 정지돈이 그려낸 20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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