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를 꿈에서 만났다

영롱할 영
영롱할 영 · 책 곁에 살다 거제로 오게 된 사람.
2024/05/28
남편과 만난지 1년 반 남짓 지났을 때, 당시 남자친구였던 그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되던 날이었다. 근무 때가 아니면 그래도 연락이 잘 되던 그였는데 그날따라 연락이 너무 안 되어서 전화를 여러번 했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어렵사리 연락이 되었을 때에는 어머님이 쓰러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며칠 동안 그와의 연락이 더 어려워졌고, 나는 쓰러지셨다는 말만 들었던 터라 무슨 일인지 알 길이 없어 속이 타기만 했다. 그때의 나는 또 더 어렸기에 연락이 되지 않는 내 입장만 생각한 채 무슨 일인지 알려달라, 전화라도 해 달라며 그를 보채기 바빴고, 위중했던 그 순간에 그를 더 힘들게만 만들었던 나였다.

그날 이후로 어머님과의 대화는 할 수 없었다. 가끔 눈을 뜨시거나 기침을 하시기는 하지만, 의식이 있으셨던 것인지 알기 어려웠던 채로 시간이 흘렀다. 그의 가족들은, 그러니까 지금 나의 시댁 가족들은 그런 어머니, 아내를 정성껏 돌보셨다. 병의 세월이 길어지면 가족 간에도 싸움이 나기 마련일 텐데, 나의 시댁 가족들은 힘들지만 그런 서로를 보듬으며 묵묵히 긴 세월을 견뎠다. 매번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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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언제나 스탠바이> 2014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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