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등산의 매력

젠남
젠남 인증된 계정 · 일하고 음악 듣고 글을 씁니다.
2023/05/10
머리에 걱정, 잡념이 가득 차면 운동을 할 시간을 어렵게 내도 집중을 할 수 없다. 요가하면서 명상하다 먼 길을 떠나고 근력 운동을 하다가도 호흡을 잊는다. 머리가 복잡하고 말 한마디 섞을 에너지도 없을 때 나는 자주 산에 올랐다. 

출산 후 바닥으로 떨어진 체력을 기르려고 동네 뒷산부터 올랐는데 그 작은 언덕 하나 오르는데 수십 번을 쉬면서 겨우 올랐다. 그 쉬는 횟수가 줄어가며 점점 자신감을 얻던 어느 날, 북한산 원효봉에 마침내 올랐다. 처음엔 2시간 반이 걸렸는데 나중엔 1시간 반 컷을 하고 다녔다. 회사나 단체에서 하던 등산을 너무 싫어했는데 혼자 하는 등산은 굉장한 매력이 있었다. 30대 중반에 나는 그렇게 산의 맛을 알게 되었다. 

주 1, 2회 강의 없는 날은 등산복 차림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넣고 바로 등산해서 땀 쭉 빼고 내려오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었다. 점심을 먹는 단골 식당도 생겼는데 그곳에 아침 일찍 주차를 하고 오면 사장님은 내 차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하셨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전에 밀린 집안일까지 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가사까지 하려니 자연스레 등반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하산은 거의 뛰어 내려오는 수준에 이르렀다. 겨울 등반은 더 좋았다.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면 박하사탕가루를 공중에 뿌리고 들이마신 청량한 기분에 속이 편안해졌다. 눈이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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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음악 애호가입니다. 에세이 <곤란할 땐 옆집 언니>의 저자이며 국악, 클래식,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다니며 일상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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