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의 다시 사는 법 배우기] 부모와 정서적으로 독립하기
2023/02/24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모와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건 누구에게나 아주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 때문에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중요한 일이지요. 오늘은 그래서 저의 예를 들어 마음에 부모로 인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서적 독립 방법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또 도움이 된 책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부모와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기 위해서 사실 우선적으로 가장 필요한 일은 물리적으로 독립을 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야 마음에서 멀어지게 할 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정상 그렇기 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고, 또 물리적으로 분리가 되었다고 해서 꼭 정서적으로 독립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마치 끈적끈적한 검은 타르처럼 부모가 심어준 독은 마음속에 남아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고 자라서 트라우마가 있는 제게 부모와의 연락은 그 트라우마를 자꾸만 건드리는 폭탄같은 것이였지요. 알콜중독이었던 아빠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엄마와 연락이 되면 전화를 받고 나서 울기 일쑤였습니다. 아직도 어릴 때처럼 엄마가 커보이고 무섭고 엄마의 나쁜 말에 상처를 크게 받았지요.
하지만 어느날 30살이 넘어서도 계속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일단 <독이 되는 부모가 되지 마라>라는 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각종 자식들에게 독이 되는 부모들을 분류해서 대처하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인데 아주 좋아요.
책을 읽으면서 부모는 나를 낳았으니까 돌볼 의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효도나 부모님의 은혜라는 개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나를 키운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고마움을 느끼...
부모와의 사이에 문제가 있진 않지만 길러 주셨으니 갚는게 의무라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어서 만약 부모가 병수발을 들 사람이 필요하게 되면 다른집 딸들처럼 부모 옆에만 붙어서 간호만 하게 되겠거니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심지어 자살사고가 들때 죽으면 안되고 살아야 하고 그런 이유를 꼽을때 동생은 결혼했으니 내가 부모님이 아프면 책임지고 돌봐야 하기때문이라는 생각도 하곤 했었고...)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충격이에요. 의무나 책임이여서 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병수발이 되길 기원합니다. 왠지 부모가 언젠가는 꼭 아프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재를 깔고 생각하게 되네요. 주변 사람들이 고생하는게 보여서 그런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