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육체를 노리는 가족들. <텍사스 전기톱 학살>과 <겟 아웃>

악당출현
악당출현 · 영화라는 프리즘으로 악당을 요리조리.
2022/12/06
육체란 무엇인가. 실존을 증명하는 물리적 실체이자, 본질을 보관하는 유한한 유기체이다.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끝없는 우주를 향해 생동하는 물체이나, 동시에 유전자에게 주어진 운명 속에서 죽음으로 전진하는 존재다. 욕망의 그릇이자, 감정의 도화지이다. 비효율적인 동시에, 효과적인 생산수단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찬미의 대상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멸시와 수치의 객체이다. 인류가 저지른 모든 일은 육체로부터 시작했고, 또한 인류가 쌓아올린 업보의 끝에는 육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목적이자 수단이고, 시작과 끝이며, 순간이면서 영원이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갖고 있는 동시에, 모든 인간이 불평등하게 지니고 있는 것. 육체는 이토록 양가적이다.
육체는 무차별과 차별 사이에 위치한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육체는 공평하다. 호흡과 신진대사로 살아가는 신체는 모두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세포와 조직, 뼈와 근육, 점막과 피부로 이뤄진 육체는 삶과 죽음 속에서 마구 뒹굴다 점멸하고 만다. 화학적인 관점에서 육체는 더더욱 평등하다. 수분, 지방, 단백질 등으로 이뤄진 육체의 분자구조는 모든 인간이 동일하다. 분자 앞에서는 인종도, 성별도, 이념도 없다. 금발벽안과 흑발흑안도 수분 덩어리일 뿐이다. XX와 XY는 그저 분자의 조합 차이에 불과하고,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거대한 단백질 뭉텅이다. 육체는 이토록 동등하다. 그 누구도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사라질 소박한 분자 구조물이니까.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체는 무자비할 정도로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육체는 인간 사이에 아름다움과 추함을 아로새기는 기준이다. 사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미'라는 가치를 획득한 육체는 희소한 재화처럼 대우받는다. 그 수가 드물다는 희귀성과 유한하다는 제한성이 만나 육체의 미적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아름다운 몸은 그렇지 못한 육체와 구별되어 선망의 대상에 오른다.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육체는 불공평의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악당출현」은 영화 속 악당을 통해서 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들을 장식하는 다양한 악인을 바라보며 과연 삶 속에서 악이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지켜보고자 합니다. 악의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악당의 서사를 뒤에서 찬찬히 따라가면서 그들의 면면을 요리조리 살펴봅시다.
5
팔로워 32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