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순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낭만의 역할 ·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2022/01/26
우리는 종종 진실이나 가치보다는 당장의 잃고 얻는 것들에 마음을 쓴다. 득이 되는 것은 크고 잘보이게, 실이 되는 것은 보잘 것 없게.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만 택하는 일상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당장 우리네들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힘든 일들은 제쳐두고 마냥 행복한 삶을 쫓으려고 한다. 결국은 다 행복하자고 사는 일인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을 들이는 일은 참으로 우울하고 세상 피곤하게 사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을 점점 지워간다. 타인을 지우고, 지우고. 결국은 나만이 남는 삶. 타인을 지운 삶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끝없는 공허함과 이기심, 세속된 마음들이 아닐까. 

  나는 언제나 내가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세상에는 분명 어떤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고 믿는다. 결국 내가 편히 세상을 누리는 것, 자유로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내 목소리를 말할 수 있는 데에는 다른 누군가의 뼈아픈 희생과 노력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지 않을까. 직접 온 몸으로 억압과 부조리함을 겪어내며 ‘다음 세대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어떤 이들의 완고한 의지. 나는 그들의 담대한 이야기들을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들어가며


그 많던 순이들은 어디갔을까? 첫 인터뷰의 시작은 바로 이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농촌에서 떠밀려 도시로 넘어와 일을 했던 공장 순이들, 식모, 버스 안내양들. 어린 나이에 생업에 내몰려 일을 했던 여성들이 지금은 다들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많은 곳으로 퍼져 각자의 생업을 유지했던 여성들. 이들의 삶은 대부분 결혼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된 삶으로 이어졌고, 이후 이들의 직업은 대체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인 경우가 많았다. 당장의 생계로 인해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던 여성들은 불안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진숙씨 (가명)은 1955년 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973년부터 인천의 공장에서 일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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