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순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언제나 내가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세상에는 분명 어떤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고 믿는다. 결국 내가 편히 세상을 누리는 것, 자유로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내 목소리를 말할 수 있는 데에는 다른 누군가의 뼈아픈 희생과 노력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지 않을까. 직접 온 몸으로 억압과 부조리함을 겪어내며 ‘다음 세대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어떤 이들의 완고한 의지. 나는 그들의 담대한 이야기들을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들어가며
그 많던 순이들은 어디갔을까? 첫 인터뷰의 시작은 바로 이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농촌에서 떠밀려 도시로 넘어와 일을 했던 공장 순이들, 식모, 버스 안내양들. 어린 나이에 생업에 내몰려 일을 했던 여성들이 지금은 다들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많은 곳으로 퍼져 각자의 생업을 유지했던 여성들. 이들의 삶은 대부분 결혼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된 삶으로 이어졌고, 이후 이들의 직업은 대체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인 경우가 많았다. 당장의 생계로 인해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던 여성들은 불안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진숙씨 (가명)은 1955년 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973년부터 인천의 공장에서 일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