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2/04/28

나는 당신이 작은 종이 배였을 때를 기억한다
세숫대야 위를 떠오를 때를 보았으니까
좁은 시냇가를 흘러가다 작은 아이와
헤어진 것도 기억한다

수 없이 멈춰 서며 강에 이르러서
나무 배가 된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다에 다다라 수많은 짐을 싣고 떠나는
당신을 수평선이 닳도록 나는 보았다

지치고 힘들어 많이 변했어도
떠날 때를 기억하듯이 나는
다시 돌아온 당신을 기억한다
목소리를 잊지 못하듯이
숨결을 기억하듯이

당신도 오랫동안 파고를 거슬러 오르며
바다를 지나고 있는 침몰하지 않은 배다
나는 당신 눈길을 꽃으로 이끄는 도선사
얕은 바닥 선체가 상하지 않도록 이끌어
꽃의 부두에 접안하도록

꽃 가지 아래 닻을 내려 쉴 수 있도록
하염없이 그 꽃을 바라보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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