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슬픔이 매혹이 되려면 ㅡ 에드워드호퍼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2/12
 
Hotel room, 1931, Edward Hopper

# 유혹 - 도발, 그리고 해소의 문제


지금보다도 악동스러웠던 소녀시절, 맘에 드는 남자가 생기면 첫만남에 도발해서 화나게 하는 걸 취미로 가졌던 적이 있었다. 남자가 화를 주체하지 못할수록 좋다. 유혹에 쓰이는 미끼가 반드시 대놓고 달콤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자존을 손상시키지만 않는다면 어느방향으로든 상대방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리는 일은 감정적인 주도권을 나에게로 가져온다. 일시적으로 불러일으켜진 부정적인 감정이야 까짓거 별 거 아닌게, 유능하게 해소해주면 플러스효과가 더블 트리플이 된다.


이런 발칙함은 상대방을 가장 빠른속도로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데 적합한데, 방금전에도 얘기했지만 이 구조에서 중요한건 "해소"다. 갈등을 일으키긴 쉽고 중요한건 이후다. 적절하게 해소할 수 없을거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서 섣불리 따라하진 말길 바란다. 관계를 아주쉽게 저멀리 날려보낼 수 있으리라. 해결되지 못한 네거티브는 그냥 네거티브이므로.


해소되길 기대하는 엷은 갈등이 완전히 씻겨내려갈 적에 느끼는 환희. 이 마음의 씨름을 겪고 해결하는 사이 어느새 내 존재에 깊게 관여하게 되는 상대방의 존재.


# 음악과 미술의 콜라보레이션

언젠가 너무도 다정한 내 친구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테마로 하는 소규모 재즈음악회가 있다며 나와 꼭 같이 가고싶다고 했다. 재즈연주를 진행하면서 흰 벽 한 면에 호퍼의 그림들을 계속 쏠 거란다. 외로움을 기막히게 잘 형상화한 작가로 유명한 에드워드 호퍼. '그치, 호퍼그림의 지배적 분위기인 '고독' 같은건 감성팔이 하기 딱 쉽고 좋은 주제지 소재 잘 정했네' 생각하며 미지근하게 다이어리에 약속을 등록했다. 뭐 이미 알고있던 그의 그림이야 그저 그렇게 익숙한 것이고, 원본전시가 아니기도 해서 대가의 아우라를 맛보기도 어렵겠군.


30분이나 ...
오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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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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