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은 좋은 엄마였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당당히 ‘네’라고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글쎄요. 아니었던 거 같아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좋은 엄마가 어떤 엄마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내리는 답이다. 흡족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후회되는 지점이 많다. 아내, 딸, 며느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데 왜 유독 엄마 역할에서만큼은 마음을 훌훌 털지 못할까. 엄마라는 자리가 내가 그동안 수행해 온 많은 역할 중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가뿐했다. 잘 되든 못 되든 내 인생만 책임지면 되었다. 망해도 나 혼자 망하면 되니 누군가에게 미안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 즉 타인과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아이는 부모의 분신이 아니라 다른 인격과 육체를 가진 타인이다)

세상에 던져진 연약한 존재를 입히고 먹여 저 혼자 살아내도록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다시 얘기할 필요도 없다. 그저 먹이고 입히는 일은 그나마 쉬운 일이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볼지, 어떤 마음으로 살지를 함께 그려나가야 한다. 내가 들고 있는 크레파스 색깔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하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