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2
어느 새 유월의 마지막 날이다. 한 해의 정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한 해의 전반이 곧 끝나고 후반이 시작될 것이다. 그런 날에 평화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수영을 하러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을 태운 헬기가 비무장 지대를 향하였고, 수영을 하고 나왔을 때 짧은 대화가 아닌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설마’의 마음이 좋은 방향으로 일단락되었다. 아내의 수영 실력도 좋아지고 있다.
 “무엇이든(행동이든 결과든 선택이든 과정이든) 적당한 거리에서 숨쉬듯 받아들이는 자세, ‘되는 대로 즐겁게’ 해보려는 자세가 좋다. 숨쉬듯 자연스럽다는 것.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 군대에서나 통용될 법한 이 말은 끔찍하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다 인생을 망친 설마들이 얼마나 많은가...” (p.29)
 박연준의 시를 입은 크게 벌리되 소리는 들리지 않는 절규 같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최근의 시에서는 그 벌린 입으로부터 솔솔 바람이 불어져 나오는 것도 같았다. 어디 아픈 데가 있으면 그 앞에다 두어도 좋겠다, 싶었다. 박연준의 산문은 산문대로 좋다. 얌전하여서 그 산문을 바라보는 것이 좋고, 그 얌전 앞에 있으면 나도 저절로 얌전해지는 것만 같다. 얌전하지만 약하지 않은, 신통한 힘도 있다.
 “비가 왔고 다시 날이 갰고 나뭇잎이 흔들렸다. 먼 곳에서 온 당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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