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성’(城), 이방인의 기다림과 절망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3/12/03

당신은 세상에서 함께 무리지어 살아가고 싶은가, 아니면 낯설고 외로운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의 삶을 원할 것이다. 인간이란 함께 살아가도록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삶이 자기 자신에 대한 포기를 요구한다면 얘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나와 세계가 대립하고 불화를 겪는다면, 그때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내가 세계에 맞추어야 하는가, 아니면 세계를 나에 맞도록 바꾸어야 하는가. 세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세계에 소속되지 않고 사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1921년에 집필된 카프카의 미완성작 『성(城)』을 예전에 읽으면서 평소 가졌던 그런 질문들이 다시 떠올랐다. 이 소설은 성으로 가려고 마을에 온 토지 측량기사 K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성 사이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K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투쟁을 벌이지만, 성은 끝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K는 결국 패배하고 만다. 
pexels
어둠과 안개에 가려진 성(城) 

K는 카프카 자신이기도 하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도 없고, 이름도 없으며, 성 아래 마을 사람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는 K는 낯선 이방인이다. 그는 성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마을을 떠나지도 않으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다. 

카프카 자신이 어느 세계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그의 작품에는 그런 이방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성』의 주인공인 토지측량사 K도 그러하다.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그가 어느 날 낯선 마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철저하게 성의 지배와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K는 자신이 성의 백작이 불러서 온 토지 측량기사라고 설명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성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려 한다. 전화를 받은 성에서는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성에서 K를 측량사로 명...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215
팔로워 1.6K
팔로잉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