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자렛, 오스카 피터슨, 히로미

Orca
Orca · 제국에 관한 글쓰기
2024/03/25
사대부와 무당
키스 자렛의 음들은 흐른다. 히로미의 음들은 대충 치는 듯한 느낌을 내지 못한다. 키스 자렛의 연주는 음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는 듯한 느낌이 있다. 아트 테이텀의 연주는 굉장히 대충 치는 느낌을 잘 낸다. 히로미의 연주는 웃고 즐기는 표정이 시종일관 교차하지만 전혀 대충 치는 느낌이 아니다. 기교를 과시한다는 느낌마저도 든다. 조금 불공평하게 말하자면 기교처럼 자신의 웃고 즐김을 과시한다는 느낌마저도 든다. 히로미의 마음이 음 하나하나, 분절된 한 순간 한 순간에 入り込む(채워넣어져서) 되어서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 여유로워 보이는 것이 だらしなさ('야무지지 못함', '맵시가 없음'이라는 번역어로는 이 말의 부정적 뉘앙스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군대에서 쓰는 '퍼졌다'에 가깝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퍼졌다'고까지 하지 않을 훨씬 덜한 정도에 대해서도 다라시나사를 사용할 수 있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意気込む와 だらしなさ의 대립이 있다. 이키고미는 다라시나사 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두 개념의 의존을 지적해보자. 반면 오스카 피터슨은 어떤가? 그는 Swing하고 있다. 스윙의 반대말은 다라시나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스윙도 이키고무가 아니다. 스윙의 반대는 남의 스윙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배리 해리스가 말했다. 합주에서도 각자는 마치 독주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스윙해야 한다. 드럼의 스윙에 의지하면 안 된다. 스윙이 이키고무에 비해 대충 치는 느낌이 나는 까닭은 음 하나 하나를 실제로 대충 대하기 때문이다. 스윙하는 상태는 '가락 있다'에 가까울 것이고, 스윙하는 것은 '신명 내다'에 가까울 것이다. 스윙처럼 가락도 멜로디와 리듬이 결합된 개념이다. 스윙하는 것은 박자를 타는 것과는 다르다. 이미 있는 박자를 타는 것이 아니라 스윙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내는' 것, 한국어에서는 '신명'을 내는 것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그것을 '내는', '하는' 역량을 가진 개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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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6년, 방공통제사 3년, 석사 생활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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