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탐정소설의 보고, 취미잡지 <별건곤>
2023/10/29
근대 탐정소설의 보고, 취미잡지 <별건곤>
식민지 시대의 대중잡지 <별건곤>(1926.11.1-1934.6.1)은 ‘빈취미증 만성(貧趣味症慢性)’의 조선인을 위한 ‘취미잡지’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이 잡지의 편집인들이 겨냥한 목표물(target readers)은 가난한 ‘노동대중’이었다. 애초에 “민중적 취미 인쇄물”로 기획되었던 <별건곤>은 당시 일부 유산 계급에 의해서 향락되었던 ‘활동사진관, 음악, 박물관, 동물원’과 같은 ‘고급의’ 시청각적 오락물에 대해 뚜렷한 대타의식을 갖고 ‘독서’행위 자체를 오락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오락을 위한 잡지가 첨단의 오락매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컨텐츠를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아주 선정적이고 기괴한, 상식을 훨씬 벗어나는 ‘쟈미잇는 이약이’가 <별건곤>의 내장재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별건곤>의 특징은 흔히 ‘에로․그로․넌센스’로 요약된다. 이 점은 어디까지나 <별건곤>에 수록된 기사들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묘사하는 수사이며 그 내용면에 있어서는 ‘연애․범죄․유머’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즉 <별건곤>의 주요 테마는 육욕적 연애, 기괴한 범죄, 비상식적 유머로 간추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들이 처음부터 <별건곤>의 지면을 채우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발간 초기 <별건곤>의 목차는 시, 소설, 수필 등의 문예물을 비롯하여 명사(名士)들의 근황 소식이나 회고담 위주로 편성되었으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