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역사가’ 강만길 선생을 추모하며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6/24
‘시대의 역사가’ 강만길 선생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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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세 시대라고 치면, 이제야 절반을 갓 넘긴 인생이니 뭘 돌아본다는 말 자체가 어색하다. 그래도 옛날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을 넘겼는데 천명을 깨우치기는커녕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서른 즈음에> 가사)조차 간당간당하니 인생이 무상하기에 앞서 참 무모하게 살았다 싶기도 하다. 이렇듯 내가 걸어온 길 위에서조차 허둥대는 조악함 속에서 가끔 정수리를 때리는 일침 같은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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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역사가 현대사의 출발입니다. 여기서 ‘나’는 여러분 앞에서 말하고 있는 내가 아니라, 여러분 모두입니다. 여러분 각자를 말하는 겁니다. 여러분 각자의 역사가 현대사의 출발입니니.” 2000년대 초반, 어느 강연장에선가 마주했던 고 강만길 교수의 일성(一聲)이었다. 2023년 6월 23일 강만길 교수가 한 세기 가까운 삶을 끝내고 안식에 들었다. 1933년생이니 만으로 아흔 살. 호를 여사(黎史)로 쓰셨다. 당신께서 그 뜻을 풀어 주셨겠지만 과문하여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직 어두워 밝지 못한 역사를 기다리겠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제멋대로 추정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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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대를 풍미하는 명저로 이름을 날렸던 <분단시대의 역사 인식>의 첫머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역사 연구에서 시대 구분이 가장 높은 차원의 연구 작업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역사 연구의 모든 노력이 결국 시대 구분에 귀착된다는 말도 전혀 부정할 수 없다.” 그는 20세기 후반의 한국 현대사를 두고 ‘해방 후 시대’가 아닌 ‘분단시대’를 내세웠다. “민족분단의 역사를 청산하고 통일민족국가의 수입을 민족사의 일차적 과제로 삼는 시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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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막 굵어지기 시작할 무렵, 열 두어 살 즈음에 그는 해방을 맞는다. 중학교 입학 구술 시험을 본 것이 1946년이었다. 그의 회고록 <역사가의 시간>을 보면 당시 마산중학교 입학 구술 문제는 지극히 시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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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이 빨리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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