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찍고 나면 마주할 수 있는 건 또 더 깊은 바닥이 있다는 사실이다. 최저치를 기록한 뒤에 반등의 기회가 오지 않으면 최저치는 앞으로도 계속 갱신된다. 출산율 이야기다. 이제 더 낮은 수치를 기록해도 전혀 놀랍지가 않다. 우리는 종말을 묵묵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대통령도 알고 국회의원도 알고 일선 공무원들도 다 아는 사실이 있다. 여태까지 하던대로 저출산 정책을 짜면 절대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왜 맨날 하던대로 하면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느니 이러다가 진짜 망할 수 있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걸까? 오늘날의 저출산 대책은 한 사람이라도 더 정상가족 구조에 편입시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고, 결혼하지 않고 파트너와 함께 하는 삶도 제도적으로 존중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야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다. 이 간단한 진리를 예전에는 다들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