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평소 매우 조용한 성격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선 사람 좋은 웃음만 장착한 채, 공감의 추임새 정도이지, 딱히 나서는 법이 없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와 놀이 중에도 재미를 위해 더 많은 말을 보태거나 애정표현을 곁들이는 경우도 드물다. 말이 많지 않으니, 어쨌거나 밖에서 보기엔 조용하고 고요한 사람..감정의 기복의 크지 않은 사람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뜨거운 피를 가진 친정 남자들(아버지 오빠들..) 속에서 자라온 나로선 그 조용함이 편안함으로 다가 왔고 그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한다면 적어도 덜 위험하고 덜 불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나 사람이 어찌 그럴수만 있겠는가..? 조용하고 말없는 성격의 남편에게서, 때때로 흔들림이 감지 될 때가 있다. 퇴근길에 딱 혼자서 마실 만큼의 막걸리나 맥주를 덜렁 덜렁 사들고 들어온다거나, 주말에 내쳐 잠을 잔다거나, 깊은 새벽에 잠꼬대가 심해진다거나.... 이 정도면 아내인 나는 거의 확신이 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