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청년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7개월 정도가 지난 후였다. 본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당황했다. 일년에 한 두번만 교회에 오던 청년이었는데 임신 이후 매주 교회를 오기 시작했다. 도와줄 곳이 없어 막막한 청년과 주변 사람들이 교회의 도움을 바라면서 교회의 고민도 시작되었다. 교회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어떻게 부모도, 남편도, 친인척도 없는 장애 청년이 지역사회에서 애를 낳냐,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야 한다. 입양을 보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낳아야 한다. 아무도 책임질 수도, 결정할 권한도 없는 의견들이 공허하게 맴돌았다.
나는 탈시설을 지지하고 탈시설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다. 우리 사회는 누군가의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장애인, 노인, 아동 등) 시설이라는 곳에 “수용”하여 사회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왔다. 그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존엄과 다양성은 허용되지 않고 개별의 삶은 무시되는, 시설이란 곳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