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를 보면 종종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180cm를 훌쩍 뛰어넘는 키에 넓은 어깨. 콧등은 샤프하고 턱선은 터프하니, 와 ~ 그뿐인가, 숱 많은 머리에 100% 직모'이어라.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캐릭터. 여기까지는 좋다. 완벽하다, 와 ! 문제는 그가 입을 열면 발생한다. 가야금, 거문고, 아쟁,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중에 하필 아쟁'이어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음이 정확하지도 않으면서 말은 천리마보다 빠르니, 그의 새된 목소리를 오래 듣다 보면 짜증이 난다. 우, 백마 탄 왕자에 달뜬 여성들.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기색이 뚜렷할수록 나는 화색이 돈다. 그래, 신은 공평하구나. 그래서 그랬을까 ? 그는 내 목소리를 존경했다. 오타가 아니다. 그 친구는 실제로 내 목소리를 존경했다. 그럴수록 나는 입으로 비올라를 연주하고는 했다. 둥둥둥둥. 저음이란 이런 것이여 ! 시라노 드베르주라크, 그는 귀족 가문으로 뛰어난 검객이자 언변이 뛰어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