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 커피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건너편의 1층과 2층을 모두 쓰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마셨다. 기온이 애매해서 따듯한 커피와 아이스 사이에서 잠깐 망설였고, 아이스로 했다. 자리는 2층에 잡았다. 빨대 포장 비닐을 벗기고는 버리지 않고, 손가락에 휘감았다 풀었다 하다가 결국 여러 토막을 냈다. 동행한 취재원은 청와대 근무자였다. ‘문고리’급은 아니고 ‘십상시’에는 얼추 들어간다. 그가 지인을 몇 번 마주쳐서 대화가 툭툭 끊겼다. 두 번, 아니면 세 번이다. 청와대에서 비상소집은 떨어지지 않았다. 전원 구조 속보에 마음을 놓았다. 같이 있던 후배 기자와 회사로 걸어서 복귀했다. 30분 거리인데,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다. 2014년 4월16일, 낮 12시에서 1시30분 사이 내 기억이다.
특별히 충격적인 날의 기억은 특별히 생생하다. 강렬한 정서적 자극을 받는 순간, 의미 없는 디테일까지 마치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으로 남긴 것처럼 머리에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