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크리스마스
'인생은 경험이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반평생을 넘게 살아보았으니.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눈 내리는 메리 크리스마스만을 기다렸겠지만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필리핀에서는 핼러윈이 지나면 온통 마트, 백화점, 주택가, 심지어는 거리에 가로등까지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평상시라면 전기가 풍족하지 않아 밤거리가 조금 어두운 편이지만 이때만큼은 전기를 넉넉히 쓰는 편이다. 한여름보다는 조금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서 여행하기 딱 좋은 필리핀의 12월이지만, 반소매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부츠를 신고 한껏 멋을 낸 필리핀 멋쟁이들을 볼 때면 웃음이 나온다. '땀띠 날 텐데 기분은 내고 싶은 거구나'라고 이해했다. 온 나라 사람들이 1년에 제일 기대하고 귀히 여기는 날로 카톨릭 국가다운 면모를 자랑하는 듯했다.
모든 장식에 눈사람이 있지만 일반 중산층 이하 사람들은 하얀 눈을 영화에서만 접했지! 그 느낌이 얼마나 차가운지도 상상 속에서만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