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을 무너뜨린 개혁가, 고르바초프 잠들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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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1
By 마릴린 버거(Marilyn Berger)

개혁개방을 내세우며 70년 공산당 통치의 유산을 뒤로하고 국가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그의 개혁은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로 이어졌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당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지도자였다. 6년 남짓한 집권기간 동안 그는 철의 장막을 걷어내고 유럽의 지도를 바꿔놓았으며 전 세계 정치 지형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출처: 뉴욕타임스
8월 30일(현지 시각)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자 초대 대통령을 지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모스크바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그는 소련의 통치자가 된 후 여러 개혁 조치를 실시했다. 그 개혁은 궁극적으로 유럽의 지도를 바꿔놓았고,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핵위협으로 상징되는 냉전 종식으로 이어졌다.

30일 러시아 국영통신사는 모스크바 중앙병원을 인용해 고르바초프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병명을 알 수 없는 “심각한 만성 질병"이 사인으로 보도됐다.

20세기는 물론 다른 시대를 통틀어봐도 고르바초프만큼 당대에 깊은 영향을 끼친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 6년 남짓한 격동의 집권 기간 동안 고르바초프는 철의 장막을 걷어내고 세계 정치지형을 결정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고르바초프는 안으로는 소련 사회와 흔들리는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개혁개방 정책을 공약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가 소련 제국을 무너뜨릴 의도를 가지고 개혁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집권 후 5년 만에 고르바초프는 스스로 소련, 그러니까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의 해체를 이끌어야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침공해 오랫동안 고전하던 소련군을 철수시켰다. 발틱해에서 발칸반도에 이르는 여러 동유럽 국가들의 집권 공산당 정부가 만연한 부패와 죽어가는 경제로 몸살을 앓다가 1989년 차례로 붕괴되는 상황을 개입하지 않고 내버려뒀다.
집권했을 때 고르바초프는 공산당의 왕세자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지도자이기도 했다. 그는 권좌에 오르기 전 측근에게 “우리는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처: AP
이런 행보 때문에 소련 내 강경파 공산주의자 그룹과 실의에 찬 자유주의자 그룹 모두 고르바초프를 비난했다. 전자는 그가 소련 체제를 무너뜨릴까 두려웠고, 후자는 반대로 그가 소련 체제를 박살내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국제 사회는 고르바초프를 영웅으로 대접했다. 저명한 미국 외교관이자 소련 전문가 조지 F. 케넌은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이념에 흔들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적"같은 존재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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