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이 모든 생이었다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2/17
어릴 적 병을 많이 앓아서 병아리라는 말을 듣고 노란 박스 안의 병아리들을 볼 때마다 사 오다가 아침이면 죽어있는 병아리를 엄마 몰래 엄마가 아끼는 화분에 묻어둔 기억이 납니다. 그해 그 병아리 무덤이 된 화초는 유난히 잎이 파랗고 윤기가 나서 화초를 보면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알 수 없는 기분으로 화초 끝을 엄마 몰래 꺾어 놓기도 했었죠. 
 
동네 친구 아버지가 병아리감별사 일을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키우던 병아리를 모두 가져가 성별 여부를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머리를 쓰다듬으셨습니다.
한 마리 한 마리 보시더니 전부 수컷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건성건성 무관심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 너무나 확실해서 동네에서 유일하게 건성으로 인사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였어요.
 
어쩌면 엄마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일 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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