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아침 詩食會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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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인사
   
김혜순
   
   
수녀님들이 일어나 흰 속옷 위에
검은 옷 입는 시간
오늘은 지하철역 앞에 묶어둔
자전거가 한꺼번에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아침에 서로 인사를 해야 하는 건 이 세상의 불문율
나를 밤새 핥아준 그림자님 안녕
나를 따라 일어난 살 속의 아빠님 안녕
내 기타를 태워준 아빠님 안녕
불타는 기타를 연주해준 아궁이님 안녕
그 옆에서 눈물 흘려준 동생들 안녕
앞으로 시간이 정지하게 될 거라고 말해준 목사님안녕
   
이하 동문
   
그래도 조금 더 해보면
내 시를 접어 구정물에 종이배 띄워준 평론가님 안녕
나와 얘기하는 동안 귓구멍이 호스가 된 당신님 안녕
나와 당신의 모든 호스는 그의 것, 배관공 하나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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