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자격] 무엇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성실하지 않은 청년들의 구직 활동(3)

희정
희정 인증된 계정 · 기록노동자
2023/03/29
 

* 이 글은 4월 출간 예정인 『일할 자격』의 <1장. 생산적으로 살아라?_성실하지 않은 청년들의 구직 활동> 일부 내용입니다.

 


 

#성실한/나태한  #생산적인/쓸모없는  #열정적인/의지박약한



하은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나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딸이었다. 늘 이런 말을 들었다. “졸업했는데 왜 일을 안 하니?”
   
하은은 취업 준비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무엇이 되어야 할지 몰라서”라고 했다. 그렇다고 프리터를 꿈꾸진 않았다. 아르바이트만 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이유도 “무엇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당시에 저는 강박 같은 게 있었어요. ‘알바는 돈벌이로 하는 거지. 내가 인간적으로 더 괜찮아지려면 지식을 채우든지, 책을 한 줄이라도 더 읽든지, 뭔가 생각을 하든지 해야 해.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그게 기본값인데, 알바만 하면 기본조차 못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나는 뭔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뭐가 되어야 할진 모르겠고, 뭐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것만 알겠고.”
   
하은이 처음으로 인터뷰를 한 이는 제조업체 생산직 중·노년 여성들이었다. 첫 인터뷰는 곤혹스러웠다. 하은은 인터뷰이에게 직업을 통해 얻은 개인적인 성취를 물었고, 인터뷰이는 가족 생활비로 쓰인 월급 말고는 다른 답을 해주지 못했다. 하은에게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는데, 인터뷰이에겐 그 질문의 의미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하은은 진짜 요즘 사람이구나.’ 인스타그램을 키워드로 20~30대 문화를 분석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자기만의 꿈을 좇으라는 얘기를 귀가 아프게 듣고 자란 세대였다.” 인스타그램 계정조차 없는 하은도 ‘자기 되기’ 증명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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