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회복'을 주장하는 건축가
2023/07/20
나는 한강 노들섬에 토마스 헤더윅(Thomas Hetherwick)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 1조5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건설비에 대한 거부감보다도, 그가 구상한 조형이 한강의 풍경에 녹아들지 않는다는 게 더 큰 이유다. 헤더윅은 직접 노들섬을 방문하고(건축가가 현장에 가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유명 건축가는 그러지 않을 때도 많다.) 서울시가 주최한 프레젠테이션에도 직접 나서며 이 프로젝트에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아이디어는 노들섬에 어울리는 답이 아닌 듯하다. 헤더윅은 서울의 7개 산―아마도 인왕산 등 내사산과 북한산 등 외사산―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면서 일종의 토속성(vernacular)을 주장하지만, 아주 높지도 낮지도 않은 서울의 산은 그가 제안한 구조물처럼 노들섬 혹은 서울을 지배하거나 군림하지 않는다. 그저 품을 뿐이다.
그럼에도 헤더윅이 이런 값비싸고 복잡한 구조물이 노들섬 혹은 서울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귀담아들을만하다. 그가 서울시민을 설득하려고 제작한 영상과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다. 마침 그의 건축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회(<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도 2023년 9월6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다.
헤더윅은 현재의 노들섬을 "감동 없는 (상태)"라고 평했다. 이 발언은 많은 한국의 건축가들을 화나게 했다. 2000년대 초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한 이후, 이 섬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하여 논쟁이 거듭된 역사가 있다. 노들섬 생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되 오페라하우스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대중음악 관련 건축물을 대부분 지하에 파묻는 형태로 아...
헤더윅은 현재의 노들섬을 "감동 없는 (상태)"라고 평했다. 이 발언은 많은 한국의 건축가들을 화나게 했다. 2000년대 초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한 이후, 이 섬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하여 논쟁이 거듭된 역사가 있다. 노들섬 생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되 오페라하우스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대중음악 관련 건축물을 대부분 지하에 파묻는 형태로 아...
대학에서 건축을 배우고 건축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기자가 되었습니다.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글항아리•2023)를 썼습니다.
@윤신영 랜드마크야 특출난 디자이너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고, 랜드마크가 아닌 평범한 건축물을 잘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분명 좀 더 인간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 건축 양식이 쌓여가고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살면서 무의식 중에 그런 걸 반드시 만들어내고야 마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가 그동안 공산품에만 눈길을 줘서... 누가 열심히 찾고 분류해서 정리해 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헤더윅 잘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됐고, 인상적인 작품도 보게 됐네요. 모더니즘이 지배한 지난 100년 사이에 전 세계 도시가 비슷해졌죠. 공산품의 시대가 도시도 공산품스럽게 만든 것일텐데, 그게 미덕이자 미학이던 시기기도 했지 싶네요. 여기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 그건 시대의 필요나 요구, 철학과 같이 가야 할텐데요. 큰 상징적 건축물 몇 가지가 변화를 재촉할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랜드마크가 시대와 공감하는 때가 분명 올 것이긴 합니다만, 언제가 될까요.
@윤신영 랜드마크야 특출난 디자이너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고, 랜드마크가 아닌 평범한 건축물을 잘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분명 좀 더 인간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 건축 양식이 쌓여가고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살면서 무의식 중에 그런 걸 반드시 만들어내고야 마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가 그동안 공산품에만 눈길을 줘서... 누가 열심히 찾고 분류해서 정리해 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헤더윅 잘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됐고, 인상적인 작품도 보게 됐네요. 모더니즘이 지배한 지난 100년 사이에 전 세계 도시가 비슷해졌죠. 공산품의 시대가 도시도 공산품스럽게 만든 것일텐데, 그게 미덕이자 미학이던 시기기도 했지 싶네요. 여기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 그건 시대의 필요나 요구, 철학과 같이 가야 할텐데요. 큰 상징적 건축물 몇 가지가 변화를 재촉할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랜드마크가 시대와 공감하는 때가 분명 올 것이긴 합니다만, 언제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