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한 빡스에 오천 원예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4/02/07
 
군것질을 좋아한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최근 간식에 소홀했는데,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중 어묵을 팔고 있는 리어카를 발견했다. 깜깜한 저녁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파와 무시의 숨결을 머금은 멸치다신물의 깊은 향이 나를 붙잡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허겁지겁 어묵을 먹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작은 종지에 간장을 덜어 앞에 두고 후후 불어가며 맛을 음미해 가면서 천천히 먹고 있었다. 어묵은 1개 700원, 3개 2,000원이었다. 들어가서 저녁을 먹어야 하니 가볍게 6개만 먹기로 했다. 

어묵 리어카 바로 옆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과일을 잔뜩 늘어놓고 판매 중이었다. 어묵을 먹는 내내 과일 파는 아주머니의 우렁차고도 반복적인 멘트가 이어졌다. 

"귤이 한 빡스에 오천 원예." (오천 원입니다)

잊을만하면 멘트가 반복되었다. 대략 10초에 한 번씩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우렁차고도 절도 있는 목소리였는데, 어묵을 먹는 내내 과일가게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내가 어묵을 먹는 것인지 귤을 먹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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