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by 빅맥쎄트 - 얼룩소 alookso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12/10

두 시간 오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은 죽기 전의 말이다. 죽은 자들은 순서를 지켜야 한다. 화장터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고 우리도 번호표를 받고 슬픔을 유예한 채 기다려야 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가지가지각색의 예를 올렸고 원하지 않았지만 앞선 사람의 다 타버린 시신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두 시간은 길었다. 시신이 시뻘건 불구덩이로 들어갈 때 잠시 잊었던 눈물이 낯설었다. 두 시간은 슬픔을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걸까? 뼛가루를 받아 안고 봉안당으로 가는 길, 우리는 충분히 피곤했다. 누구도 주저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엄마가 없는 집에 돌아와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거실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아무도 불을 밝히지 않았다. 적막이 숨소리조차 집어 삼켰다. 엄마의 자궁 속에 누워있는 아이처럼 어둠을 등지고 웅크리고 누워있던 나는 갑자기 맹렬한 허기를 느꼈다. 느리게 몸을 움직여 부엌으로 갔다. 식탁 한 귀퉁이...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3/12/13

그런 사람

생활/사건사고+4 문화/예술+2 사상/철학/역사+1

바빠서 글을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재재나무 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글만 읽으면 되는데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70 평생, 어쩌면 80 평생을 부모의 사랑과 도움을 받아 살았지만, 언젠가 겪게 될 '단 2시간의 소멸의 과정'을 생각하면 낯설고 공허하며 슬프기도 하다. 사람마다 관계의 깊이와 밀도가 다 다를 터인데, 모두가 자로잰 것처럼 '두시간'으로 공식적인 관계가 마감되는 현실은 퍽 서글프다.

누군가는 매일 만나고 목소리를 들어도 무의미한 관계이지만 누군가는 죽은 이후에도 어떠한 형태로는 다른 이에게 영향을 끼친다. 아픔으로, 추억으로, 사랑과 희망으로, 다른 여러 가지 의미들로.

죽음으로 인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들을 수 없지만, 여전히 다른 이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