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12/10
두 시간
   
 오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은 죽기 전의 말이다. 죽은 자들은 순서를 지켜야 한다. 화장터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고 우리도 번호표를 받고 슬픔을 유예한 채 기다려야 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가지가지각색의 예를 올렸고 원하지 않았지만 앞선 사람의 다 타버린 시신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두 시간은 길었다.

 시신이 시뻘건 불구덩이로 들어갈 때 잠시 잊었던 눈물이 낯설었다. 두 시간은 슬픔을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걸까? 뼛가루를 받아 안고 봉안당으로 가는 길, 우리는 충분히 피곤했다. 누구도 주저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엄마가 없는 집에 돌아와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거실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아무도 불을 밝히지 않았다. 적막이 숨소리조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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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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