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검소함은 착한것인가
2023/03/04
요즘 생각도 일도 많아 부쩍 다운되어있는 나에게, 남편이 추가 수입이 들어왔다며, "뭐든 가지고 싶은거 있음 다 사-" 라고 했다. 쳐져있는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옷이나 신발같은 걸 사라고 한 말일 텐데, 가지고 싶은 물건은 생각나지 않고, 첫번째로는 아들이 여름캠프를 가게 된다면 들 비용, 두번째로는 이 동네 도시 부동산이 오를 것 같은데...라고 얘기했다. 첫번째 것은 힘내라고 남편이 베푸는 선물의 취지와 맞지가 않고, 두번째는 (당연히) 금액이 맞지가 않다.
주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박자가 이렇게 맞지를 않는다. 친절을 줘도 받아먹지 못한다.
'가지고 싶은 거 하나 정도는 별 문제 없으니 사치 좀 해봐' 라고 해주는 남편에게, '뭘 얼마나 살 수있는지 금액도 얘기하지 않고, 가지고 싶은거 있음 다 사라니. 일시불로 얼마까지 되는건데. 얼마 넘으면 할부로 해야하는건데. 내가 에르메스라도 가면 어쩌려고 했어.' 하니 웃고, '내가 아무거나 사라고 한다고, 에르메스를 가서 백을 사지는 못/안 할거 같았어?' 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고 웃는다. '그럼 샤넬 백은 살수있는 금액이야?' 하고 웃었다. 문구류와 책, 분식을 살 때 느끼는 행복감이 가성비 대비 높은게 아니라, 실제로도 가장 높은 사람이다보니, 원하는 모든 것의 금액 단위를 그렇게 높게 잡지는 않았나보다. 가을 동화 드라마에서 원빈이 얼마면 되니, 라고 하면 나는 뭐라고 답했을까. 오빠라면 그냥 가져가세요 라고 했을까.
맨날 백팩과 에코백만 들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명품백 얘기를 하다보니, 연애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시어머니를 처음 뵈었을때였나, 아들을 보러 미국에 오셨는데 미국 고급 백화점에 모시고 갔었다. 그랬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가방 하나 사주고 싶다고 골라보라고 하셨다. 몇번을 아니라고 사양했는데,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좋은 가방을 사주시고 싶다는 어른의 말씀을 계속 사양하는 것도 마음이 어려웠다. 살 생각도 못해봤던 명품 가방을 사주신다는 친절에, 내 돈(부모님돈...
주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박자가 이렇게 맞지를 않는다. 친절을 줘도 받아먹지 못한다.
'가지고 싶은 거 하나 정도는 별 문제 없으니 사치 좀 해봐' 라고 해주는 남편에게, '뭘 얼마나 살 수있는지 금액도 얘기하지 않고, 가지고 싶은거 있음 다 사라니. 일시불로 얼마까지 되는건데. 얼마 넘으면 할부로 해야하는건데. 내가 에르메스라도 가면 어쩌려고 했어.' 하니 웃고, '내가 아무거나 사라고 한다고, 에르메스를 가서 백을 사지는 못/안 할거 같았어?' 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고 웃는다. '그럼 샤넬 백은 살수있는 금액이야?' 하고 웃었다. 문구류와 책, 분식을 살 때 느끼는 행복감이 가성비 대비 높은게 아니라, 실제로도 가장 높은 사람이다보니, 원하는 모든 것의 금액 단위를 그렇게 높게 잡지는 않았나보다. 가을 동화 드라마에서 원빈이 얼마면 되니, 라고 하면 나는 뭐라고 답했을까. 오빠라면 그냥 가져가세요 라고 했을까.
맨날 백팩과 에코백만 들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명품백 얘기를 하다보니, 연애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시어머니를 처음 뵈었을때였나, 아들을 보러 미국에 오셨는데 미국 고급 백화점에 모시고 갔었다. 그랬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가방 하나 사주고 싶다고 골라보라고 하셨다. 몇번을 아니라고 사양했는데,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좋은 가방을 사주시고 싶다는 어른의 말씀을 계속 사양하는 것도 마음이 어려웠다. 살 생각도 못해봤던 명품 가방을 사주신다는 친절에, 내 돈(부모님돈...
엄마와 아이의 마음 모두 알아주는 교육자
변화하는 미래를 위해 스스로 발전하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재능을 찾아 pursue하는 것을 도와주는
조력자,인도자, 교육자 를 향해
@민다
안녕하세요. 다람쥐입니다.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네요..ㅎㅎ
고가의 물건에 손이 나가지 않는 이유를 '희생의 위에 누리고 있는 선택의 자유'로 부터 느끼는 죄의식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에서는 육성으로 아.. 하고 뱉었습니다.
마시멜로로 확장하신 이야기는 머리와 가슴이, 현재와 미래가, 나와 공동체가 섞인 무척 심오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다음 문단을 읽고는 빵터졌네요ㅎㅎ
쉬우면서도 심오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전 글도 모두 좋았는데, 이번 글은 특히나 너무 좋았네요!
[합평]
평상시 소비에 대한 태도와 시어머님께 선물을 받고 눈물을 흘렸던 에피소드, 마시멜로 이야기까지 모두가 잘 어우러져 지루할 틈도 없이 굉장히 다채로운 글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원빈 오빠나, CCTV 적 전지적 시점 같은 유머러스한 멘트에 민다님의 유쾌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리는 한탄스러운 상황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가끔 남편이 성과상여금을 받고는 제게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런데 형편이 손바닥 보듯 뻔하고 딱히 선물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가계 재정에서 나를 위한 소비를 한다? 정도로 느껴지더라고요. 딱히 탐나는 사치품(?)도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항상 이도 저도 아닌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이벤트가 되고 맙니다.
친구 중에 기념일이나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고가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부자이거나 형편이 저보다 훨씬 좋지도 않거든요. 원하는 것이 명확하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쟁취하는 그녀가 부럽기도 합니다. 돈을 꼭 아껴 써야 하고 모아야 하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나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쓰일 수 있는 가벼운 수단으로 생각하는 태도가요. 정도가 심하면 집안 거덜 나겠지만요. ㅎ
부모님의 희생으로 얻은 ‘선택의 자유’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장착된 ‘검소함’이 본인을 불필요한 소비에 죄의식을 느끼는 다람쥐로 만들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모습과 어른스러움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아이의 말에 미소가 지어지는 유익하고 유쾌한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합평]검소함이 착한 것? 이라면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검소한 생활이나 습관은 알맞게 먹고 입고 가능하면 쓰레기 배출을 줄이니 지구환경과 아이들이 살아야 할 미래를 떠올리면 미덕이 되겠지만, 검소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웃을 둘러보며 나누는 눈을 가리는 건 또 아닐까싶어서요.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뭘 요구하지 않았고, 요구할 만큼 넉넉지 않은 형편이어서 그런지 제 기억엔 일곱 살 초등학교에 벌써 인생을 알았다고 여겼어요. 물론 착각이었고 그만큼 애늙은이었다는 거죠. 뭔가 돈으로 사는 것, 그 돈이 부모의 고민이 되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엄마를 졸라 내게 필요한 것들을 충족하거나, 고집으로라도 진학을 했다면 삶이 달려졌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보듯 시대에 따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달라지기에 어느 한 기준이 절대적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며 내가 지금 소비하고 있는 집중 포인트는 뭘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성인이고 각자 자기 벌이가 있으니, 나는 내 드로잉취미의 즐거움에 쓰는 돈이 가장 큰 소비입니다. 아, 깜박 잊었네요. 우리집 냥이의 까까를 사는 즐거움도 있습니다.돈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켜준 글 잘 읽었습니다. :)
나방파리에게 번식의 여지를 준 몬스의 행동과 마시멜로 한 봉지를 다 먹어버리고 사람에게 마시멜로를 나눠줄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민다의 고민은 달라 보이지만 궤를 같이 한다.
https://alook.so/posts/1RtMRXw
[합평]
민다님의 계좌와 통장 잔고를 보지는 않아서 전혀 모르지만, 제 기준에서는 미쿡에서 거주가 가능하시다는 것 자체로 넘사벽에 가까운 클라스라고 생각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나보다 많이 가지고 잘난 사람들을 보면 짜증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돈의 사용에 대해 매우 많이 민감한 편입니다. 생활이 빠듯하기도 하고, 성격 자체가 계획 없이 대충 소비하고 이런 것을 무척 싫어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아내와 100% 매끄럽지를 못해요. 제 생각에는 이정도 생활비면 넘쳐 흘러야 정상인데, 아내는 늘 부족하다고 하니. 가계부를 쓰고 생활비를 엑셀시트에 기록해서 함께 관리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는게
제 스타일이라면, 아내는 그런 사고방식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된 걸까요.
주어진 상황에서 현실적이면서도 지혜롭게, 나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사는 것이 부부인데 저도, 그리고 아내도 더 개선해야 할 모습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을 안하고 쉬는 상황이다 보니 더 민감한 것 같기도 하고, 민다님 글을 보면서 저의 꼴 보기 싫고 찌질한 마음을 보는 것 같아 다소 우울해졌네요 ㅎ
반성해야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있는데도 안쓰면 미덕이고 겸손하고 착한 것 아닌가요? 여즉 그런 줄 알고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안 쓰고 모으는 행복감. 지금 원하는 걸 충족하는 행복감. 어느 것이 더 현명한 것일까요?
원래는 항상 모으는 행복 쪽이었는데 요즘은 충족하는 쪽으로 가고 싶어집니다.
우리나라 말에, 버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란 말이 있죠. 안 먹고 아낀 마시멜로를 옆에 다 먹은 사람이 달라고 하면? 주게 될 가능성이 많지요.
글 초반에 명품가방 얘기로 이끌어주셔서 아주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함께 백화점을 배회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일까 가슴이 두근거렸다죠. ㅎㅎ
중간에 마시멜로실험이 살짝 지루했던 건 아마 제가 과학실험과는 거리가 멀어서 일 겁니다.
늘 참신한 소재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합평]
우리는 [검소]함에 감정을 덧붙이는 시대에 살았었나 봅니다. 검소하면 착한 줄 알았는데, 그냥 검소한 건 검소한 거고, 착한 건 착한 것인데 말이죠.
이별당한 사람처럼 주르륵 흘렸던 눈물 이야기에서 문득, 생애 첫 명품백에 흘린 눈물 때문에 예쁜 흰 가방이 노래진 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당연히 웃자고 한 얘깁니다.
사치품인 고가의 물건에 손이 나가지 않는다는 말씀에 저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것 역시 타고났거나, 환경의 제한에서 만들어진 삶의 양식이 아닐런지요.
마시멜로 실험, 한동안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곱씹고 곱씹어져 껍데기만 남았던 그 이야기에도 맹점이 있었다는 것. 어쩌면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채워나가는 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소비에 움츠러드는 이유는 부모님의 희생으로부터 쌓아올린 토대 위에서 발생한 선택이 주는 죄의식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검소한 삶의 태도는 감사하지만, 마음껏 소비하지 못하는 나의 삶이 뭔가 답답한 한계가 느껴지는 점에서는 아쉽다고나 할까요.
@현안님
앗 맞아요... 감사함이 있었네요. 글의 주제인 돈에 매몰되어 쓰고있었나봐요. 제 안의 인간적인면을 잊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합평]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었어요. 저마다 다른 소비에 대한 자세나 습관이 형성되는 게 자라온 환경의 영향인가 하는 의문에서부터, 마시멜로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각자가 아끼고 쌓아온 부를 어떻게 분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까지. 마지막 아드님의 마시멜로를 거부한 이야기에서는, 민다님을 꼭 닮은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공감을 무척 많이 하면서 읽었어요. 저도 잘 받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아무거나 받지도 못하는 성격이고요. 결국 받아든 가방에 눈물을 흘린 그 시절 민다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참 짚어봤어요. 제 느낌으로는 명품백의 지분보다는 감사함의 지분이 훨씬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도 잘 받지 못하는 사람인데, 시어머니께 억지로 무언가를 받고서 눈물을 펑펑 흘린 적이 있거든요. 돈보다는 그 넓은 마음이 느껴져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글쓴이가 갖고 있는 소비에 대한 자세의 발아점을 글에서 찾아내지 못한 건 좀 아쉬웠어요. 사실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건 아닌데, 제가 욕심이 많네요;; 각자가 자신의 소비에 대한 고찰을 글로 표현해보면 무척 뜻깊은 시간이 될 거란 생각이 드네요. 저부터 써봐야겠어요. 덕분에 제 자신도 돌아보고, 개인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돈과 둘러싼 많은 지점들을 고민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합평]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었어요. 저마다 다른 소비에 대한 자세나 습관이 형성되는 게 자라온 환경의 영향인가 하는 의문에서부터, 마시멜로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각자가 아끼고 쌓아온 부를 어떻게 분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까지. 마지막 아드님의 마시멜로를 거부한 이야기에서는, 민다님을 꼭 닮은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공감을 무척 많이 하면서 읽었어요. 저도 잘 받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아무거나 받지도 못하는 성격이고요. 결국 받아든 가방에 눈물을 흘린 그 시절 민다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참 짚어봤어요. 제 느낌으로는 명품백의 지분보다는 감사함의 지분이 훨씬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도 잘 받지 못하는 사람인데, 시어머니께 억지로 무언가를 받고서 눈물을 펑펑 흘린 적이 있거든요. 돈보다는 그 넓은 마음이 느껴져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글쓴이가 갖고 있는 소비에 대한 자세의 발아점을 글에서 찾아내지 못한 건 좀 아쉬웠어요. 사실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건 아닌데, 제가 욕심이 많네요;; 각자가 자신의 소비에 대한 고찰을 글로 표현해보면 무척 뜻깊은 시간이 될 거란 생각이 드네요. 저부터 써봐야겠어요. 덕분에 제 자신도 돌아보고, 개인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돈과 둘러싼 많은 지점들을 고민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안님
앗 맞아요... 감사함이 있었네요. 글의 주제인 돈에 매몰되어 쓰고있었나봐요. 제 안의 인간적인면을 잊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민다
안녕하세요. 다람쥐입니다.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네요..ㅎㅎ
고가의 물건에 손이 나가지 않는 이유를 '희생의 위에 누리고 있는 선택의 자유'로 부터 느끼는 죄의식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에서는 육성으로 아.. 하고 뱉었습니다.
마시멜로로 확장하신 이야기는 머리와 가슴이, 현재와 미래가, 나와 공동체가 섞인 무척 심오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다음 문단을 읽고는 빵터졌네요ㅎㅎ
쉬우면서도 심오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전 글도 모두 좋았는데, 이번 글은 특히나 너무 좋았네요!
[합평]
평상시 소비에 대한 태도와 시어머님께 선물을 받고 눈물을 흘렸던 에피소드, 마시멜로 이야기까지 모두가 잘 어우러져 지루할 틈도 없이 굉장히 다채로운 글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원빈 오빠나, CCTV 적 전지적 시점 같은 유머러스한 멘트에 민다님의 유쾌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리는 한탄스러운 상황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가끔 남편이 성과상여금을 받고는 제게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런데 형편이 손바닥 보듯 뻔하고 딱히 선물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가계 재정에서 나를 위한 소비를 한다? 정도로 느껴지더라고요. 딱히 탐나는 사치품(?)도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항상 이도 저도 아닌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이벤트가 되고 맙니다.
친구 중에 기념일이나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고가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부자이거나 형편이 저보다 훨씬 좋지도 않거든요. 원하는 것이 명확하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쟁취하는 그녀가 부럽기도 합니다. 돈을 꼭 아껴 써야 하고 모아야 하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나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쓰일 수 있는 가벼운 수단으로 생각하는 태도가요. 정도가 심하면 집안 거덜 나겠지만요. ㅎ
부모님의 희생으로 얻은 ‘선택의 자유’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장착된 ‘검소함’이 본인을 불필요한 소비에 죄의식을 느끼는 다람쥐로 만들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모습과 어른스러움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아이의 말에 미소가 지어지는 유익하고 유쾌한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합평]검소함이 착한 것? 이라면 경우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검소한 생활이나 습관은 알맞게 먹고 입고 가능하면 쓰레기 배출을 줄이니 지구환경과 아이들이 살아야 할 미래를 떠올리면 미덕이 되겠지만, 검소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웃을 둘러보며 나누는 눈을 가리는 건 또 아닐까싶어서요.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뭘 요구하지 않았고, 요구할 만큼 넉넉지 않은 형편이어서 그런지 제 기억엔 일곱 살 초등학교에 벌써 인생을 알았다고 여겼어요. 물론 착각이었고 그만큼 애늙은이었다는 거죠. 뭔가 돈으로 사는 것, 그 돈이 부모의 고민이 되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엄마를 졸라 내게 필요한 것들을 충족하거나, 고집으로라도 진학을 했다면 삶이 달려졌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보듯 시대에 따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달라지기에 어느 한 기준이 절대적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며 내가 지금 소비하고 있는 집중 포인트는 뭘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성인이고 각자 자기 벌이가 있으니, 나는 내 드로잉취미의 즐거움에 쓰는 돈이 가장 큰 소비입니다. 아, 깜박 잊었네요. 우리집 냥이의 까까를 사는 즐거움도 있습니다.돈에 대한 생각을 확장시켜준 글 잘 읽었습니다. :)
나방파리에게 번식의 여지를 준 몬스의 행동과 마시멜로 한 봉지를 다 먹어버리고 사람에게 마시멜로를 나눠줄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민다의 고민은 달라 보이지만 궤를 같이 한다.
https://alook.so/posts/1RtMRXw
[합평]
민다님의 계좌와 통장 잔고를 보지는 않아서 전혀 모르지만, 제 기준에서는 미쿡에서 거주가 가능하시다는 것 자체로 넘사벽에 가까운 클라스라고 생각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나보다 많이 가지고 잘난 사람들을 보면 짜증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돈의 사용에 대해 매우 많이 민감한 편입니다. 생활이 빠듯하기도 하고, 성격 자체가 계획 없이 대충 소비하고 이런 것을 무척 싫어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아내와 100% 매끄럽지를 못해요. 제 생각에는 이정도 생활비면 넘쳐 흘러야 정상인데, 아내는 늘 부족하다고 하니. 가계부를 쓰고 생활비를 엑셀시트에 기록해서 함께 관리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는게
제 스타일이라면, 아내는 그런 사고방식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된 걸까요.
주어진 상황에서 현실적이면서도 지혜롭게, 나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사는 것이 부부인데 저도, 그리고 아내도 더 개선해야 할 모습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을 안하고 쉬는 상황이다 보니 더 민감한 것 같기도 하고, 민다님 글을 보면서 저의 꼴 보기 싫고 찌질한 마음을 보는 것 같아 다소 우울해졌네요 ㅎ
반성해야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있는데도 안쓰면 미덕이고 겸손하고 착한 것 아닌가요? 여즉 그런 줄 알고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안 쓰고 모으는 행복감. 지금 원하는 걸 충족하는 행복감. 어느 것이 더 현명한 것일까요?
원래는 항상 모으는 행복 쪽이었는데 요즘은 충족하는 쪽으로 가고 싶어집니다.
우리나라 말에, 버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란 말이 있죠. 안 먹고 아낀 마시멜로를 옆에 다 먹은 사람이 달라고 하면? 주게 될 가능성이 많지요.
글 초반에 명품가방 얘기로 이끌어주셔서 아주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함께 백화점을 배회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일까 가슴이 두근거렸다죠. ㅎㅎ
중간에 마시멜로실험이 살짝 지루했던 건 아마 제가 과학실험과는 거리가 멀어서 일 겁니다.
늘 참신한 소재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합평]
우리는 [검소]함에 감정을 덧붙이는 시대에 살았었나 봅니다. 검소하면 착한 줄 알았는데, 그냥 검소한 건 검소한 거고, 착한 건 착한 것인데 말이죠.
이별당한 사람처럼 주르륵 흘렸던 눈물 이야기에서 문득, 생애 첫 명품백에 흘린 눈물 때문에 예쁜 흰 가방이 노래진 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당연히 웃자고 한 얘깁니다.
사치품인 고가의 물건에 손이 나가지 않는다는 말씀에 저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것 역시 타고났거나, 환경의 제한에서 만들어진 삶의 양식이 아닐런지요.
마시멜로 실험, 한동안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곱씹고 곱씹어져 껍데기만 남았던 그 이야기에도 맹점이 있었다는 것. 어쩌면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채워나가는 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소비에 움츠러드는 이유는 부모님의 희생으로부터 쌓아올린 토대 위에서 발생한 선택이 주는 죄의식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검소한 삶의 태도는 감사하지만, 마음껏 소비하지 못하는 나의 삶이 뭔가 답답한 한계가 느껴지는 점에서는 아쉽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