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검소함은 착한것인가

민다
민다 · 엄마 교육자 조력자
2023/03/04
요즘 생각도 일도 많아 부쩍 다운되어있는 나에게, 남편이 추가 수입이 들어왔다며, "뭐든 가지고 싶은거 있음 다 사-" 라고 했다. 쳐져있는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옷이나 신발같은 걸 사라고 한 말일 텐데, 가지고 싶은 물건은 생각나지 않고, 첫번째로는 아들이 여름캠프를 가게 된다면 들 비용, 두번째로는 이 동네 도시 부동산이 오를 것 같은데...라고 얘기했다. 첫번째 것은 힘내라고 남편이 베푸는 선물의 취지와 맞지가 않고, 두번째는 (당연히) 금액이 맞지가 않다.

주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박자가 이렇게 맞지를 않는다. 친절을 줘도 받아먹지 못한다.

'가지고 싶은 거 하나 정도는 별 문제 없으니 사치 좀 해봐' 라고 해주는 남편에게, '뭘 얼마나 살 수있는지 금액도 얘기하지 않고, 가지고 싶은거 있음 다 사라니. 일시불로 얼마까지 되는건데. 얼마 넘으면 할부로 해야하는건데. 내가 에르메스라도 가면 어쩌려고 했어.' 하니 웃고, '내가 아무거나 사라고 한다고, 에르메스를 가서 백을 사지는 못/안 할거 같았어?' 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고 웃는다. '그럼 샤넬 백은 살수있는 금액이야?' 하고 웃었다. 문구류와 책, 분식을 살 때 느끼는 행복감이 가성비 대비 높은게 아니라, 실제로도 가장 높은 사람이다보니, 원하는 모든 것의 금액 단위를 그렇게 높게 잡지는 않았나보다.  가을 동화 드라마에서 원빈이 얼마면 되니, 라고 하면 나는 뭐라고 답했을까.  오빠라면 그냥 가져가세요 라고 했을까.

맨날 백팩과 에코백만 들고 다니다가, 오랜만에 명품백 얘기를 하다보니, 연애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시어머니를 처음 뵈었을때였나, 아들을 보러 미국에 오셨는데 미국 고급 백화점에 모시고 갔었다. 그랬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가방 하나 사주고 싶다고 골라보라고 하셨다. 몇번을 아니라고 사양했는데,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좋은 가방을 사주시고 싶다는 어른의 말씀을 계속 사양하는 것도 마음이 어려웠다. 살 생각도 못해봤던 명품 가방을 사주신다는 친절에, 내 돈(부모님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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