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 by 송은정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19

내 인생 목표는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이다. 취향 저격하는 양서로 작은 공간을 야무지게 꾸리고, 손님들께 맞춤형 책을 추천하고, 운영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삶이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일은 없다. 그.러.나. 꿈은 꿈일 때 가장 달콤하다고 했던가. 오랜 로망은 상상 속에서만 실현 가능할 뿐, 현실 세계에서는 요원하기만 하다. 다달이 내는 월세는 감당할 수 있을지, 커피나 술 없이 책만 팔아서 생활비를 벌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금도 돈 때문에 쪼들리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의 연속 일 진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낭만을 실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책방을 해야 할 이유 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넘쳐나는데도 이 사랑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아, 책방 정말 하고 싶다. 눈물 나게 하고 싶다.' 그래서 가볼 만한 동네 책방 리스트를 만들어 본격적인 탐색에 나섰다. 제삼자가 섣불리 꿈과 낭만을 투영한 책방에는 주인의 고단하고 치열한 삶이 녹아 있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라는 말이 덕담이 되어버린 시대에, 그들은 많이 일하고 적게 벌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등바등하며 낭만을 지켜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상당수의 무례한 치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인스타그램 감성 샷을 얻기 위해 책방 구석구석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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