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24시간 가족이 돌본다고? 이러다 우리 다 죽어!

토마토튀김
2024/01/06
지난 금요일은 지난 2021년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실사를 받은 후 갱신 신청을 한 터라 국민연금공단에서 재방문 나오는 날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치매 노인들 활동 보조 시간 받듯 발달장애아들의 활동 지원 시간을 다시 정하려고 검사를 받는 날인 것. 우리 아들 만두는 자폐성 '중증 장애' 아동이고, 지금은 90시간 지원을 받고 있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아이의 상태가 전보다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도 하시고, 몇 가지 질문도 하시고, 상황도 둘러보고 간다. 당연히 별 일이야 없는데도 나는 그냥 긴장 된다. 특히 할당된 90시간 보다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말이다. 마치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정 방문 실사  나오면 갑자기 주책맞게 정신 돌아오고 등급 낮게 나와서 낭패 보는 것이랑 똑같이... (엉엉) 
 
- 혜성이, 내일은 아저씨 오시는데 음....(망설임) 말 아주 잘 하면 안 돼. 알았지
- 왜 혜성이 말 잘 하면 안돼요?
- 음... 그래야.... (말 막힘)
- 아저씨는 좋아요?
- 어, 좋으셔. 좋은 분이 오실 거야. 친절해. 
- 그런데 왜 안 돼요?
- 그냥 내일은 막 소리 질러봐. 그동안 했던 것처럼. 띠띠 할로윈! 띠띠 할로윈! 하면서.... 
- 왜요? 혜성이가 왜 소리 질러야 해요?
- 아, 그냥 하던 것처럼 해봐. ㅋㅋㅋ ㅠㅠ

아무래도 내일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분 오시면 우리 엄마가 아저씨 오시면 말 잘 하지 말래요, 라고 얘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
아들은 2014년 6월 30일, 자연분만으로 아주 건강하게 태어났다. 그리고 제일 뚱뚱이 시절, 백일 때까지도 아주 잘 먹고, 잘 싸고... 단, 잠만 좀 없는 스트롱 베이비였다. 안 그래도 마흔 넘어 낳은 아들이라 늙은 어미 힘들어 죽겠건만, 잠까지 없어서 정말 나는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공부 못해서 죽는 사람 없듯, 애 키우다가 힘들어 죽는 사람 또한 만나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지금까지 잘 살아 있다.
아이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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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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