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풋을 내는 데 자격이 필요한가요?

이요마
이요마 인증된 계정 · 이번에 요구한 건 내일까지 마감이야
2023/05/23
unsplash.com
내가 뭐라고 이런 거 써봐야 누가 보겠어?

홍보 마케터 일을 하면서 회사 이름의 SNS에 매일 글을 쓰면서도 나는 SNS에 젬병이었다. 내가 쓰는 포스팅들이 고민과 노력의 결과로 나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잘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시태그 하나, 태그 하나도 자신감이 없이 이전 담당자들이 올려놓은 것을 탬플릿 삼아 따라하기 바빴다.

미래는 우리가 얼마나 기대하는지에 달려있다 by 이요마 - 얼룩소 alookso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아마도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나는 결국 잘 될 거야.'라는 무조건적인 낙관이 없던 시절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당시의 내가 항상 되뇌었던 말은 이런 거 였다.

나는 SNS를 진짜 못해.
나는 못하니까 선후배들 것을 보고 무난하게 가야해.
이건 나랑 안 맞아. 앞으로도 못 할 거야.

나를 비난하는 와중에도 SNS를 놓은 건 아니었다. 방치하다가 퇴고도 안 된 잡글을 이따금 던져 놓던 브런치, 뭘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꾸준히 사진은 올리던 인스타, 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뭔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깔았던 트위터까지 붙잡고는 있었다. 직장에서도 퇴근하고도 SNS를 붙잡고 있었으면서 내가 온라인 마케터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자기확언(?)은 이것이었다.

"내가 뭐라고 이런 거 써봐야 누가 보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못나게도 SNS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을 마음 속으로 얕잡아 보았다. '알맹이도 없이 포장만 잘하면 뭐해.' 하면서 깔보던 그들은 몇년 사이 엄청나게 성장해서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꾸릴 정도로 그릇을 키웠다. '내가 뭐라고'에 갇혀서 뒤에서 남 욕이나 하던 찌질한 나만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답보, 아니 도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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